- 월간 (2002년 7/8월)

                  - 글/최미경 기자
              
              
 
                
 
                  

                
              
                         
 
                
 
              
              
 
                
김복희씨가 
                  발도르프 인형을 처음 만난 것은 독일로 유학갔던 1999년 3월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그것이 발도르프 인형인지도 몰랐고 인형으로 전업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이미 한국에서 
                  조경미학으로 석사과정까지 마친 상태였다. 김복희씨는 어학과정을 시작하면서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던 언니를 통해 
                  사회 교육학을 전공하는 독일인 친구를 알게 되었고, 어학공부도 할 겸 그 독일 친구를 만나 그녀가 취미로 만들고 
                  있던 인형을 함께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손뜨개나 그림 등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인형 만드는 게 무척 재밌었어요. 테디베어는 많이 봤지만 
                  실로 동여매 얼굴을 만드는 것이 독특해서 그 친구와 얘기하며 인형을 만들면 시간 가는 줄 몰랐죠." 그 인형이 
                  바로 발도르프 인형이었다. 어학과정을 마치고, 그 해 9월 결혼을 한 김복희씨는 조경학을 공부하던 남편과 함께 
                  하노버로 이사를 간다. 김씨는 그곳에서 다양한 인형을 만들어보게 된다. 

                  "임신을 했는데 입덧이 너무 심해서 학업을 잠깐 쉬었어요. 쉬는 동안 다양한 인형을 접하고 만들어봤죠. 하노버에만 
                  해도 다양한 종류의 인형가게가 많아요. 가게와 함께 작업실이 있어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죠. 
                  이 가게 저 가게를 다니며 테디베어, 포세린 인형 등 하나씩 만들봤어요. 그런데 역시 처음 접했던 발도르프 
                  인형 만드는 것이 가장 재밌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김씨가 제일 좋아하고 독일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인형작가 선힐트 라인스켄스가 쓴 책을 보다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평소 즐겨보던 인형책이었는데 작가 주소를 보니 가까운 곳에 인형가게와 
                  작업실이 있더라구요. 당장 찾아가 선생님을 만났죠. 제가 동양인이어서 그런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발도르프 학교에서 인형 만들기 수업을 담당했고 여러 권의 발도르프 인형만들기 책의 저자이기도 한 선힐트 라인스켄스를 
                  만난 후 본격적으로 인형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는 김복희씨. 

                  

                  그동안 배운 공부가 아깝지 않았을까. "부모님은 섭섭해 하셨죠. 독일까지 유학가서 공부를 포기하고 인형을 만든다고 
                  하니 말이죠. 무엇보다 인형 만드는 일이 정말 재밌었어요. 그리고 무언가 손으로 직접 만들어 준다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전한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때 만들었던 인형도 대부분 친척 조카나 이웃집 아이들에게 선물했어요." 
                  

                  결혼 선물로 김씨가 직접 짠 스웨터를 선물 받았던 남편도 그 '감동'을 기억해서 적극 후원해 주었다. 

                  

                  발도르프 인형의 특징은 아이들에게 무해한 천연 소재로 만들는데, 얼굴 형태를 만들기 위해 솜을 넣은 헝겊을 
                  실로 동여 매서 표현하는 것이다. "눈선, 귀선, 코, 입 등 얼굴의 윤곽을 실로 동여 매어 표현하는게 발도르프 
                  인형의 가장 큰 특징이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얼굴 만드는 게 가장 힘들고 중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해요. 얼굴만 다 만들면 인형은 다 만든 것 같아요. 얼굴 표정은 아무리 똑같이 만들려고 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인형작가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것도 얼굴 표정이죠. 머리카락은 털실로 심거나 천연양털로 
                  본을 떠서 붙이기도 하고, 실로 모자식으로 만들어 씌우기도 합니다." 

                  

                  김복희씨가 독일에 살면서 보았던 특이한 점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인형이든 인형을 들고 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에 따르면 엄마가 없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인형을 갖고 놀고, 안고 자도록 하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어 다루기가 훨씬 쉽다고 한다. 발도르프 인형은 물론 테디베어나 일반 곰인형 등 자신만의 인형을 
                  들고 유치원으로 가는 남녀 아이들 모습을 상상하니 말 그대로 독일 아이들은 인형과 함께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유치부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경우 놀이와 실습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업과정에도 대부분 인형 
                  만들기가 있어요. 독일 엄마들은 발도르프 인형 만들 때 동여매는 걸 대부분 할 수 있다고 봐도 돼요. 독일은 
                  인형 전문 가게도 많고 재료 구하기도 쉬워요. 공식적으로 검증을 받은 인체 무해한 천연재료만 파는 천연섬유 
                  전문점도 도시마다 하나 이상은 있습니다." 발도르프 인형의 모델은 아기이므로 아기의 인체 비율에 맞춘다고 한다.

                  

                  "선칠트 라인스켄스 선생님은 아기들 얼굴을 많이 보라고 권장하셨어요. 그분 생각은 인형은 아이들이 갖고 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귀여운 인형을 많이 만드셨죠. 하지만 인형작가로서 전시가 있거나 요청이 있을 
                  때 성인 외모의 인형을 만들기도 하십니다. 인형 만들기는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일반적인 아이템입니다. 전시와 
                  박람회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인형 만드는 재료며 관련서적 그리고 전문점들이 체계화되어 있어요. 단체를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고 기쁨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죠. 

                  

                  한국에서도 발도르프 인형 만들기가 보다 활성화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비결이 발도르프 인형 속에 숨어있지 않을까.